나들이 [중랑 캠핑숲에서의 캠핑] 네 식구의 첫 캠핑 2015/05/21 17:13 by 해피밀

서둘러 집으로 오는 길..오늘은 우리 네식구의 첫 캠핑이다.

집에 가는 길에 아파트 입구 전기점을 들른다. 
'사장님, 작업등 얼마씩 하나요?'
방문할 캠핑장에서는 전기 사용이 수월할 텐데, 켜놓을 만한 전등이 없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면, 별거 없는 작업등 하나에 만원이 넘어가기에 동네 전파상에 한번 들러보았는데, 6천원 짜리 전구하나 포함해서 만 사천원.
오길 잘했다 생각하며, 물건을 받아 들고, 집으로 향한다. 

아파트 계단 입구쯤 왔을 때, 아내가 짐을 양손에 가득 들고 내려온다. 아내도, 내가 도착할 시간에 맞추어 나가기 위해 캠핑용 짐을 열심히 싸놓은 모양이다. 집에 올라기니 가져갈 짐들이 나란히 나와있다. 약간은 바쁜 듯한 이느낌, 오랜만에 느껴보는 분주함과 흥분이다. 

짐을 챙겨 다시 내려오니, 아내는 자동차 트렁크를 열어두고, 짐을 이리저리 재배치 하여 욱여넣고 있다. 
드디어 출발, 아파트 입구를 지나려는데, 혹시 모르니 마지막으로 경비실에 들르자고 한다. 
혹시나 했는데, 어제 새벽 주문한 전기 연장선이 배달되어 있다. 
시작부터 잘 풀리는 기분이다. 

어린이집 두 군데에 들러 아이들을 태운다. 
첫째는 오늘 텐트집에서 잔다고 신이 났다. 둘째는 아는지 모르는지 내 얼굴만 보면 까르르.


비가 온다. 적색등인가?

비는 안올거라고, 강수확률 30%랬는데.. 기상청에 다시 들어가 보니, 어느새 예보는 비로 바뀌었고 여섯시 까지 올거란다.

캠핑장 도착.
여긴 비가 안온다. 다시 녹색등?

아내와 아이는 주변 탐색에 나서고, 나는 텐트를 치기 시작한다.
팩을 박으려는데, 땅이 많이 단단하다.
근데 하필 팩망치가 없다. 조그마한 미니망치와 야전삽을 번갈아 사용해가며 팩을 박는다. 정말 쉽게 박히지 않는다. 

텐트를 다 치고, 전원선을 끌어다 놓으니 한시간이 흘렀다. 팩 박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한것 같다. 
이제 좀 앉아 쉬려니 밖에 비가 온다.
'잠시 지나가겠지.', '여섯시까지 온다고 했으니, 길어도 한 시간만 안에 있으면 되겠지' 생각한다.

흠. 그치지 않는 비를 바라보며, 야전삽을 들고 다시 밖으로 나선다. 우수로를 판다. 팩을 박을 때와 마찬가지로 땅이 딱딱해서 잘 파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야전삽의 나사가 자꾸 풀린다.
우수로 작업이 끝나고 나니 양손은 흙에 엉망이고, 덜랑거린 삽머리에 살이 찡겨 엄지 손가락쪽에는 상처도 났다. 손을 씻고 오니 첫째가 배가 고픈지 이것저것 집어먹고 있다.

분주히 햇반과 국을 데우고, 숯에 불을 당긴다.
토치 없이, 신문지를 말아 붙인 불씨로 부채질을 해서 불을 붙인다. 내리는 비 때문에 텐트 전실에 둔 화롯대에서는 하얀 잿가루가 엄청 날리고, 이내 텐트 안은 연기 냄새로 가득 찬다. 그래도 팔이 떨어져라 부채질은 한 덕인지 재가 들어오는 건 많이 막은 듯하다.
돼지고기와 새우를 굽는다. 삼겹살은 기름이 많이 떨어져서 밖에서 굽기 안 좋은데,
준비한 돼지고기는 삼겹살.
삼겹살을 얹자 얼마되지 않아 엄청난 연기와 함께 숯에서 화염이 일고 그을음이 고기를 감싼다.
고기는 안익고, 그을음에 새카맣게 변했다. 
그래도 새우는 맛있다.
또 준비한 오리고기를 불에 올린다.
삼겹살보다도 엄청난 기름이다. 숯인지 장작인지 모르게 화염이 치솟는다.
어지어찌... 화염과 연기 가득한 저녁식사가 끝나자, 텐트 안은 연기와 고기냄새로 가득해 졌고, 
비는 그쳤다.
캠핑장에 온 다른 팀들은 이제 밖으로 나와 저녁식사를 준비 하는 듯 하다. 현재시각 오후 7시, 심지어 먹구름이 걷히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아내가 아이들을 보는 사이, 식기들을 챙겨 식기세척장으로 향한다. 
주말에는 음식이나 집안일을 내가 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난 항상 도와주는 사람일뿐,
아내가 주로 해야 하는 일인 것처럼 떠 맡겨 놓은지 오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으로는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게을러져 버리는 내가 부끄럽고 미안하다. 

설거지를 마치고 돌아오니, 첫째는 아직도 신이 나있다. 손을 잡고 캠핑장 산책에 나선다. 진입로 앞으로 아파트 숲이 보이는,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 있는 작은 캠핑장이련만, 이곳은 고요하다. 저녁이 되고부터 시끄럽게 울어제끼고 있는 저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도 고요한 적막의 한 부분 마냥 느껴진다. 

평일이라 그런지, 캠핑장 안에는 비어있는 사이트가 많다. 50개가 조금 안되는 사이트가 있는데 그 중 사람들이 보이는 곳은 십수곳 정도. 
우리 텐트에서 식기세척장으로 가는 길에는 총 네팀이 있다. 
첫 번째로 보게 되는 팀은 중년의 남녀다.
캠핑용품들이 화려하진 않지만, 동호회 게시판 같은데서 쉽게 보이지 않던 물건들이 좀 있다. 남자는 작은 편수 냄비 처럼 생긴 통에 숯인지, 장작인지 모를 조그만 불씨 넣어두고 뭔가 음식을 하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여기서 보기드물게 헝겊으로 된 테이블보와 와인병이 놓여 있다. 아까부터 우리 첫째 아이쪽을 살피는 여자는 남자에게서 세걸음쯤 떨어진 곳에 펼쳐진 야전침대에 걸터 앉아 있다. 눈가엔 주름자국이 다소곳이 맺혀있다. 

두 번째로 보이는 팀은 팀이라고 말하기 좀 이상타. 
엄청 큰 텐트가 '어린이체육교실'이라 쓰인 승합차 옆에 펼쳐져 있고, 두 거대한 구조물에 한껏 좁아진 사이트 한쪽에서는 남자 한명이 혼자 쭈그리고 앉아 조그만 화롯대에 고기를 굽고 있다. 거대한 텐트는 아이들이 뛰노는 에어바운서 처럼 보인다. 남자는 아까부터 고기만 굽고 있다. 아마 일행을 기다리는 가 보다.

세 번째로 보이는 팀은 시끌벅적하다. 
두 개의 사이트를 함께 예약한 것 같다. 서로 하는 말을 들어보니, 직장 동료인듯 한데, 한 사이트에는 거대한 타프를 치곤, 야외테이블 두 개를 모아 회식자리를 만들어 뒀다. 또 다른 사이트엔 거대한 애벌래 처럼 생긴 원터치 텐트와, 또 거대한 돔형텐트가 설치됐다. 막걸리병과 소줏병이 어마어마하게 쌓여있고, 다같이 웃고 있는 얼굴은 져가는 해 마냥 발갛다. 

네 번째로 보이는 젋은 남녀 팀.
나이는 가장 어려보이지만, 캠핑 용품들은 번쩍번쩍 별천지다. 서서 드나들어도 전혀 손색없을 거대한 텐트와 높은 테이블, 뭔지모를 수납도구와 멋드러진 화롯대와 바베큐통. 힐끔힐끔 장비 구경을 하다보면, 거기 누가 뭘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구경을 마칠쯤 갈증이 난다.  아내가 '준비할까?' 하고 물었던 맥주를 괜히 거절했나보다. 
첫째를 태우고 차를 몰아 캠핑장 밖 편의점에 들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개구리 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 조용히 들리던 연인들의 속삭임으로 여유가 넘쳤던 배경들이, 갑자기 일상으로 바뀌었다. 편의점 안 냉장고의 바람 나오는 소리는 여전히 웅웅했고, 직원의 응대는 딱히 불친절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그것이다. 
내가 마실 맥주한캔, 밤에 아내와 마실 소주 한병, 그리고 첫째가 노래한 딸기우유를 들고, 첫째가 말하는 우리 텐트집으로 돌아온다. 

텐트안에 앉아 있기도 잠시, 첫째는 또 놀러간다며 신발을 신고 있다. 이번엔 둘째를 업은 아내와 함께 나선다. 
첫 째에게는 저 위에 가면 도깨비가 산다고 겁을 주곤 손을 꼭 붙잡고 걸어간다.  캠핑장 한켠에 마련되어있는 조그마한 운동장에 이르르자, 아내가 말한다. 
'아까 있던 배드민턴 공 없어졌네? 것봐 주인이 찾아 갈 거라고 했지? 다른 사람 물건 함부로 가져가면 안되지?'
첫째에겐 보이는 모든 것이 자신의 장난감이고, 아내에겐 모든 것이 배움의 재료가 되나보다. 운동장 바닥을 보니, 나뭇가지로 그린듯한 배드민턴 코트 자국이 선명하다. 
둘째를 잠시 바닥에 내려놓자, 나와 아내를 보며, 예의 예쁜 웃음을 몇번 보여주더니, 바닥의 돌을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둘째가 먹으려는 돌을 몇번 빼앗고, 첫째에게 도깨비 얘기를 몇번 하고 있는데, 첫째가 안아달라고 한다. 이제 잠이 오기 시작한 것 같다. 

텐트로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에 들러, 첫째 아이의 손과 발을 씻긴다. 샤워장이나 세면장이 아닌 화장실에서 씻기려니, 씻기는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차라리 샤워장에 갈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내는 둘째를 씻긴다며, 샤워장으로 향하고, 나는 첫째와 텐트에 들어가 누웠다. 자지 않으려고, 몰래 실눈 뜨는 아이를 말로만 몇번 겁주고 나도 잠들기 전처럼 호흡한다.

깜빡 잠이 들었었을까? 아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첫째를 보니 이제 막 잠든 듯 하다. 아내가 잠든 둘째를 옆에 눕혀 이불을 덮어주는 것을 보며, 밖으로 나왔다. 새카맣게 된 화롯대를 씻고 와보니, 아내는 텐트밖에 펼쳐둔 의자에 앉아 책읽을 준비를 하곤 나를 맞는다. 

텐트앞에서 침침한 등을 놓고, 고상하게 책을 읽으며 잔을 기울이자던 내 제안은, 얼마전 아내가 운전하다 낸 가벼운 접촉사고에 대해, 내 촌평을 내는 것으로 부터 수포로 돌아간다. 그렇게 어물쩡 시간은 흐르고, 잠시 깨어난 둘째아이를 다시 재우겠다는 명목으로 아내는 텐트 안으로 향한다. 나도 하릴없이 이슬에 맞으면 안될법한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겨 텐트안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우리 가족 첫캠핑 첫날밤은 지나갔다. 


익숙한 듯 어색한 듯한 산새소리에 눈이 떠진다. 늦은 시간까지 아내와 여유를 즐길까 싶어 커피를 많이 마셔서 인지, 눈이 떠진 후엔 좀 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밖은 이미 밝아졌는가 보다. 시계를 보니 5시40분.
너무 이른시간이라 생각하며 뒤척이다 6시가 조금 넘어 텐트 밖으로 나온다. 텐트 전실에 둔 식기에 이슬이 많이 맺힐까봐 걱정했는데, 전실에 있던 식기나 아이스박스 다른 짐들은 젖지 않았다. 텐트도 젖지 않았길 기대하며 밖으로 나왔지만, 텐트는 어제 맞은 비와 간밤 이슬에 푹 젖은 상태.

오늘 아침에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집에 들렀다가 다시 학교에 가야한다. 마음이 급하다.
세간에 이슬이 얼마나 맺혔는지 둘러본후, 텐트위의 물을 떨어내다보니, 아내가 등에는 둘째를 들쳐업고, 손에는 휴대용레인지와 냄비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오늘 아침메뉴는 카레 란다.  아내는 음식을 하고, 나는 텐트 위 물기를 털기를 반, 닦기를 반. 텐트가 마르지 않아 우리 출발이 늦어지지 않기만을 빌며, 아내와 수다를 시작한다.

어제 봤던 중년의 남녀는 일본 사람이었다는 둥, 운동장 옆에 단독으로 펼쳐져있던 커플의 텐트 앞에는 멋진 해먹이 있었다는 둥. 밤새 떠들 것 같던 단체팀도 열시쯤 캠핑장 가로등이 꺼지니 다들 조용히 들어가더라는 둥. 
어제 했어야할 수다를 떨다보니, 첫째가 텐트 속에서 엄마를 찾는다. 조용히 지퍼를 열고 안을 보니, 잠도 깨지 않아 눈도 감은채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더 자도록 조용히 지퍼를 닫고 밖으로 나온다. 젖은 텐트 걱정도 잠시, 걱정해봐야 해뜨기 전에는 말릴 방법도 없다. 오히려 여유가 생긴다.

잠에서 깨어 부스스해진 머리에 눈을 꿈뻑 거리는 첫째는 텐트밖으로 나오더니 대뜸 야전삽을 들고, 놀이터에 다녀오겠단다. 우리 텐트는 놀이터와 매우 가까운 9-1사이트.
다녀오라고 하니, 텐트 옆 바닥의 흙을 한 삽 조금 푸더니 놀이터로 간다. 잠시 후 첫째가 소리친다. "잔디위에 흙 올렸어" 첫째가 놀잇감을 잡았다. 그 후엔 놀이터 모래를 한 삽 잔디에 올리고 엄마에게 보고하고, 또 한삽 올리고 보고하고... 그렇게 반복을 하며 논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카메라를 들고 놀이터로 향한다.

내가 놀이터에 들어가며, 야전삽 놀이는 끝났다. 어제 비를 맞이하러 나온듯한 달팽이을 손에 얹거나, 놀이터 미끄럼틀에 오르고, 해먹처럼 생긴 놀이기구에 오르기도 하고... 이른시간, 다른 아이가 한 명도 없는 놀이터건만 첫째는 신이 났다.

'여보, 아침 먹어요.' 아내가 부른다. 
텐트앞에서 식사를 준비중이던 아내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우리 사이의 거리가 꽤나 가까웠던지,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을 뿐인데, 잘 들린다. 
어릴적, 빌라 마당에서 형 누나들과 놀고 있으면, 각 집에서는 베란다 창으로 얼굴을 내밀곤, 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가곤 했다. 그 이후로 처음 들어본, 밥 다 됐으니 얼른 오라는 말.

오늘 아침식사는 카레다. 
짐도 줄이고, 간편하면서도 맛있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아내가 고심 끝에 선택한..^^
결과는 대성공. 맛도 좋고, 아이도 잘 먹고, 무엇보다 준비와 뒷처리가 간편하여 좋았다. 식사를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해가 나고 있는 듯하다. 저 멀리 언덕 아래부터 햇살이 바닥에 드리우고 있는데, 우리 텐트는 가장 위... 아직 우리 뒤에 버티고 선 언덕 위로는 해가 보이지 않는다. 

식사를 마칠 무렵 부터는 전체적으로 햇살이 가득하여 화창한 날씨로 변했다. 어제의 우중충함은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맑은 날씨다. 괜스레 캠핑날짜가 원망 스럽다. 
아내는 식사 뒷처리, 나는 짐정리, 첫째는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둘째는 돌 주워 먹기가 오전 일과.
어제 내린 비때문에 텐트 플라이의 바닥에 닿는 부분들은 흙탕물 범벅이 되었고, 플라이의 안쪽과, 텐트의 바깥쪽은 이슬이 가득하다. 
우리 텐트위에 해가 나야 이것들이 마르고 깨끗해져서 텐트를 접고 떠날 채비를 할텐데, 아직이다.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다른 짐들을 싸고, 또 열심히 텐트를 접는다. 

이렇게 우리 네식구의 첫 캠핑이 끝난다.


캠핑장에 오고 나서, 여유를 즐긴 시간보다도, 바쁘게 설치하고 정리하고 한 시간이 더 길었던것만 같이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캠핑의 즐거움이란게 나 하나 누일 공간을 만들고, 배를 채울 식사를 준비하고, 다시 떠날 채비를 하는 그 과정에서 오는 것인가?'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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